일목마당

散文

宋圭錫 (김충섭 부인)

아름다운 容恕

전 서울영남, 양동초등학교 교장

전 전문직여성(BPW)한국연맹 서울클럽 회장

현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黃條勤政勳章 수훈

나는 40여 년간의 교직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지난 2004년 서울家庭法院調停委員으로 일하게 되면서 많은 離婚相談과 調停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들어 離婚率이 急增하면서 家庭解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夫婦의 離婚은 當事者들만의 問題를 넘어, 子女의 養育과 親權問題, 財産分割問題, 家庭解體로 因한 社會的問題 그리고 當事者家族들이 겪게되는 精神的缺損 등 많은 問題가 뒤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家事訴訟法은 필요적 調停前置主義를 採擇하여, 離婚問題 등 家事全般의 事件을 裁判以前에 調停節次를 거쳐 解決하도록 制度化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난 한 夫婦의 事例를 紹介하고자 합니다.

調停申請人은 62세의 남자로서 離婚과 財産分割을 申請했는데 訴狀에 記錄된 事由는

- 아내와의 심한 성격 차이로 부부 갈등이 그치지 않아 다툼이 잦았고 시부모에게도 무관심하며

- 현재 부부가 별거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부인의 답변서에는

- 남편은 결혼 초부터 직업과 수입이 불안정하여

아내의 부업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으며

- 수시로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또한 남편은 질병으로 인하여 직장을 잃게 되고 부인이 의류공장에서 일을 하여 적은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가정을 돌보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술만 마시면 아내를 수시로 폭행하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결혼 9년 만에 이혼으로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혼 2년 뒤에 그들은 자녀들 교육문제와 생계문제로 다시 재결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폭행은 계속되었고 다른 여자들과의 상습적인 부정행위까지도 일 삼았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뒤 남편이 다시 이혼을 요구하며 부인을 괴롭혔습니다. 이제 부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동안 어렵게 마련한 집을 팔아 法的離婚이 아닌 事實上의 離婚과 財産分割만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또 정식이혼과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부인은 이제 더 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아 이혼하기로 결심하였으며, 재산분할은 이미 끝났으므로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原告와 被告의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조사관의 보고서를 검토해보니 피고인 아내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조정실에 나온 남편은 여전히 아내를 비난하며 아내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았고, 부인도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들어내며 이혼하기를 원했습니다. 이제는 너무 심신이 지쳐서 이혼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나는 같은 여자요 아내인 입장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에 걸쳐 남편으로부터 심한 고통을 받고 살아온 이 부인에게 뜨거운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부인의 주장대로 부인이 원한다면 이혼은 하되, 더 이상의 재산분할 조정은 불가하다는 나름대로의 조정안을 준비했습니다.

나는 이 남편에게 그동안의 생활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는 이미 재산분할을 하여 가져갔던 7천여만원으로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고 지금은 일당 3만원 정도 받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보증금 천만원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합니다.

부인은 어려운 살림 속에서 자녀들을 출가시켰으며 관절염과 신경통 등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파출부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들의 지난 과거와 현재의 심경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은 서로 주고받던 말다툼과 사나운 눈길을 거두고 숙연해졌습니다.

나는 문득 남편의 이혼소송을 하나의 和解意思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요즘 우리 주변에서 보는 黃昏離婚이 능사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면서, 과거의 怨望을 접고 서로를 용서한다면 남은 인생에 새로운 친구를 다시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물론 남편에 대한 미움과 不信이 한 순간에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그 순간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내는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등에 파스라도 붙이고 싶을 때에 자기 곁에 아무도 없었다며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외로움이 이처럼 “아름다운 용서”를 하게 한 것입니다.

남편의 訴訟提起는 離婚과 財産分割이었는데 調停은 다행히도 그들의 別居生活을 再結合으로 成立시켰습니다.

세상에는 100점짜리 남편과 아내는 없습니다. 또한 幸福한 家庭은 어느 한쪽만의 犧牲과 努力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이 부부가 아무쪼록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 事例를 통하여 내가 느낀 것은 調停委員 자신의 삶의 方式이나 理性的인 判斷은 그렇게 重要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배우자를 피해자로 보고, 설득과 조정, 또는 불가피한 이혼을 통해서라도 그들을 救濟하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夫婦當事者들의 幸福이고 그 幸福의 基準도 當事者들이 決定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