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마당

散文

金在玟

한 선교사의 마음 가짐

일본에서 고아원장을 했던 한 선교사의 이야기

이차대전에 발발하기 2년 전에 일본에 선교사로 온 캐나다사람 L이라는 분이 있었다. 전쟁이 돌발하자 요코하마에서 출범하게 되어 있는 교환선으로 귀국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본 측 사정으로 교환선 출범은 중지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L선교사가 여러 선교사들과 함께 끌려간 곳은 탄자와의 산속이었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거기에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귤과 아시가라차를 재배하는 일을 해야 했다.

거기까지는 견딜 수가 있었지만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계율을 어기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L선교사가 대표로 감독관에게 가서 “일요일은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 보충은 다른 요일에 반드시 하겠다.”하고 제의 했다. 그러자 감독관은 “대일본제국의 달력은 월 월 화 수 목 금 금 만 있지 토요일 일요일이란 것은 없다.”고 호통을 치고 본보기로 L선교사의 왼손 인지를 나무망치로 힘껏 내려쳐서 찌부러지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도 L선교사는 일본에 남아 승전국의 백인 행세를 하지 않고 작은 고아원을 운영했다. 원장이라고 해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사람들 만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 채소밭을 가꾸고 닭을 길러 원아들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떠들썩하게 먹는 것을 보면 한없이 즐거워했다. 일본인들에게서 그렇게 학대를 받았으면서도 원아들에게 잘해주고 있는 것은 이들의 마음을 사서 언젠가 미국의 서커스계에 팔아 돈벌이를 할 것이라는 소문도 퍼졌지만 그의 착한 마음씨를 접한 모든 사람들은 그런 의심을 곧 거두어 버렸다.

중학교 3학년 가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가지 3년 반 동안 L선교사가 운영하고 있는 아동양호시설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던 이노우에 히사시 군은 고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에 무단으로 시설을 빠져나와 동경에 가버렸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우에노에 도착했고 유라쿠쵸며 아사쿠사에서 영화와 공연을 보며 돌아다니다가 야간열차로 센다이에 돌아왔다. “모래 아침,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찾지 말아 주세요.”라는 메모를 원장실 벽에 붙여 두었지만 화가 난 원장은 오자마자 왼손으로 호되게 뺨을 쳤다. 돈은 어디서 나서 그렇게 썼느냐고 했더니 자금마련에 3개월은 걸렸는데 원장님께서 주신 순모양말과 상하가 붙은 속옷 등을 입지 않고 따로 남겨 두었다가 역 앞 암시장에서 팔았고 닭장에서 닭을 대 여섯 마리 꺼내서 꼬치구이 집에 팔아서 마련했다고 했다.

먼 훗날 L선교사는 고아원장을 그만 두고 수도원에 머무르면서 우에노 공원에 옛날부터 있었던 서양요리점으로 이노우에씨를 불러내어 옛이야기를 할 기회를 가졌다. 물론 L선교사는 이노우에의 이탈사건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기한테 마진 적이 있다면 용서해달라고 했다. 이노우에는 충분히 맞을만한 짓을 해서 마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일본이 선교사님의 귀국도 못하게 했고 왼손 인지손가락까지 찌부러지게 한 것을 잘못이라고 사과를 했더니 L선교사의 대답은 이러했다.

“총리대신 같은 말을 하면 안돼요. 애당초 일본인을 대표해서 말을 하는 것은 교만이에요. 일본인이라든지 캐나다인이라든지 미국인이라고 하는 게 있다고 믿어서는 안 돼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이 있을 따름입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이 말을 떠올려 주세요. ‘곤란은 분할해라’ 초조해 해서는 안돼요. 문제를 잘게 나누어 하나하나 착실하게 처리해 가는 거예요. 나의 이 말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일본에서 사시면서 즐거웠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 어떤 일이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에 나가 제 몫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가 가장 즐겁죠.“

”가장 슬픈 때는요?“ ”고아원에서 나간 애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다가 이혼하고 아이를 고아원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될 때가 가장 슬프지요.“

“L선교사님은 죽는다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 저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만.“

“천국에 가는 거니까 그리 두렵진 않아요.”

“천국요? 정말로 천국이 있습니까?“

“있다고 믿는 편이 즐겁겠지요. 죽으면 아무것도 없는 그저 지나치게 쓸쓸한 곳에 간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즐겁죠. 그 때문에 이 몇 십 년간을 신을 믿어 온 거예요.”

그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L선교사는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