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마당

散文

李奎完

언덕 위의 구름 (坂の上の雲)을 읽고서

비슷한 시기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과 우리의 비교

‘언덕은 넘어야 하는 것인데 넘어도 구름은 붙들지 못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의 애닯픈 인생기록을 지금부터 1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기의 일본 사회상을 배경으로 하여 秋山(아키야마)형제가 성장하면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 무대는 일본 국내는 물론, 주변국인 한반도, 중국, 러시아를 비롯하여 서구 프랑스, 영국, 독일과 미국까지 그리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다.

1853년, 300년 가까이 지속되던 幕府시절에 그 종막을 예고하는 일대사건이 터진다. 우라가(浦賀)항구 앞바다에 鐵船인 미국 黑船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국하라. 그렇지 않으면 무력으로 개국 시키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까지 일본에는 260개의 번국(藩國)이 있었는데, 각 藩主(즉 영주)가 그 藩의 자주통치자였다. 이번에는 정치를 책임지는 대집정이 있고 군비도 할 수 있고 행정예산도 자주적이었다. 이번 위에 도꾸카와 막부(幕府)가 있고 그 위에 형식적으로 교오토(京都) 천황이 있었다. 국민은 士族(무사)과 서민으로 구분되며 사족은 상급무사와 하급무사(향사)가 있는데 녹봉은 세습제 였고 번주에게는 군주에 버금가는 독재권이 있었다.

미국의 철선(페리호) 출현으로 인하여 당시 일본의 국론은

(1). 막부를 지지하는 개국 막부파

(2). 천황을 옹립하는 근왕(勤王) 양이파

(3). 천황을 옹립하려는 개국 지지파

(4). 막부를 지지하는 양이파 로 갈려

진통을 겪고 있었으며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였고 중국은 아편전쟁 직후였고 러시아는 동진정책을 펴며 不凍港 확보에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이러한 국내외 상황에서 일본은 1854년 미국 페리(Perry) 제독의 강압으로 미·일수호조약을 체결하고 1858년 영국, 러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연이어 통상조약을 체결 문호을 개방하고 소위 메이지유신을 단행하여 근대화를 급진전 시키기에 이른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官이 주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즉, 1867년 10월 14일 大政奉還으로 그때까지의 막부가 마감되고 이를 계기로 학제, 징병제, 地租改正 등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고 부국강병 기치하에 구미 근대국가를 모델로 官 주도의 자본육성과 군사적 노력 하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갔다. 1869년 지금까지 藩을 지배하던 다이묘들이 영지와 영민을 반납(板籍奉還)하고 1871년에는 藩을 폐지하고 縣을 설치하였으며 士民 평등이 이루어 졌다.

시고구(四國) 이요(伊豫) 지방의 마스야마(松山) 藩의 하급 사족의 아들로 태어난 아키야마(秋山)형제들은 이러한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메이지 초기 활약한 군대는 여러 번의 이른바 사병(私兵)이 었으며, 교오토에서 도오꾜로 옮겨 간 신정권은 직속군을 갖지 않았다. 그 후 삿초토(菩長土 : 사쓰마, 초슈, 토사) 지방의 군대를 헌상하여 그것을 중핵으로 ‘중앙군’이 만들어 졌다. 육군사관학교가 생긴 것이 1871년 11월이고 제1기생을 모집한 것이 1875년이었다. 秋山형제 중 형인 아키야마 요시후루(秋山好古 : 1859-1930)는 1877년 3기생으로 입교하였다. 입학 동기는 “나는 먹고 사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 학비도 생활비도 무료일 뿐 아니라 사범학교와 마찬가지로 용돈까지 준다. 가난한 사족의 자식은 공짜로 갈 수 있는 길에서 스스로를 구원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좋고 싫은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라고 했으며 “사람은 생계대책을 마련하는 것부터 우선 생각해야 한다. 일가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된 다음에 비로소 고향과 국가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 또 사관학교에 들어가면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다고도 했다. 그 당시의 어학이라는 것은 보석처럼 희소가치가 있었으며 어학을 배울 수 있는 장소는 일본에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1876년까지 해군병학료 였던 것이 그해 ‘해군병학교’로 개칭되고 서구식 해군을 양성하게 되었는데 주인공 형제의 동생인 아기야마 사네유키(秋山眞之)는 이 해군병학교에 입교하게 된다.

해군병학교의 생활은 일본적 습관에서 단절, 생도의 공적인 생활 용어도 거의 영어, 교과서도 원서, 대답도 영어로, 호령과 기술상 용어도 영어로 하게 되였다. 이렇게 사네유키가 일본 국내에 있으면서도 본 고장인 영국식 해군교육을 받을 수 있었든 것은 메이지 일본이 얼마나 선진군사기술 습득에 목말라 했는지를 짐작 할 수 있다.

당시 영국이나 독일의 정치. 군사가 귀족이나 그에 준하는 계급에 의하여 운영 되였다면, 일본은 고잇싱의 덕택으로 평민의 자식들도 각고의 노력을 하면 입신할 수 있게 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겠다는 것이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입신 출세주의 라는 것이 이 시대의 청년들 바램이었고 개인의 영달이 국가 이익에 합치 된다는 점을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던 시대였으며 이런 점에서 일본 역사 속에서도 진기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이러한 의식은 일본사회에서 오래토록 지속되었다.

아끼야마(秋山)형제가 원래 군인을 지망했던 것이 아니라 메이지 초기의 일본적인 여러 사정 때문에 세상에 나아가게 되었는데 형제는 육군사관학교와 해군병학교를 통해 군인이 되었으며 청·일전쟁을 거쳐 러·일전쟁을 맞았는데, 지상전에서는 요동반도와 봉천대회전에서 악전고투 끝에 겨우 큰승리를 하였고, 해상에서도 고난을 겪다가 동해에서 발틱함대를 괴멸시킬 수가 있었다. 이들 전쟁에서 두 형제들이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소설 전반의 내용이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하고 러시아 국내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미 대통령 루즈벨트 권고로 러시아가 항복하기에 이른다. 이후 포즈머즈 강화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일본이 한반도에 있어서 정치·군사·경제 등에 관한 특수권익을 갖는 것을 인정하고 일본이 한국에 요원을 파견하여 한국을 지도하더라도 러시아는 이를 방해치 않는다. 여순·대련에 있어서 러시아의 모든 권리를 이양하고 만주는 양국의 동등의 권리와 이권으로 존중한다” 라는 내용이다.

이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그때까지의 러·일 각축은 일본승리로 돌아갔고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만주로의 진출을 확고히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이 청나라와 전쟁을 하고 러시아와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리 선인들은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무엇을 했는가?

이씨 조선은 19세기 들어서도 三政(田政:토지세, 軍政:군포, 還穀)의 紊亂으로 전국 곳곳에 민란이 끊이지 않았고, 세도정치의 악습과 지배계급의 일반백성에 대한 수탈이 극에 달해 나라가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철종이 후사없이 임종하자 고종이 12세로 즉위(1863)하면서 그의 아버지 興宣大院君의 섭정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비슷한 시기였다.

대원군은 철종 이후 세도정치로 문란해 진 정강을 바로잡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과단성 있는 개혁을 단행할 수 있게 되는데, 세도정치를 타파하기 위하여 안동 김씨를 정계에서 몰아내고 四色인 南北老少를 고르게 등용하고 지방이나 계급의 차별을 두지 않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려고 애썼다.

또한 대원군은 광대한 토지와 다수의 노비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면세와 면역의 특권을 享有하며 국가경제를 침식하고, 당쟁의 근거지가 되며 군역의 도피처이고 지방유생의 도식처가 되어 갖가지 악폐를 불러 왔던 書院撤廢를 단행하는 등 官紀肅正에 진력한다. 이러다 보니 대를 이어 지금까지 온갖 특권과 시혜를 누려오던 지배계급들의 반발은 오죽 했겠는가. 국정을 개혁하려는 대원군의 발목을 잡고 국력을 크게 소진시켰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가 한국의 문호개방을 요구하며 충돌한 丙寅양요(1863), 辛未양요(1871)가 발발하는데, 이들을 물리친 대원군은 크게 콧대가 높아졌고 鎖國政策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로 인하여 근대적 발전은 더욱 지연되면서 세계와의 보조에 더욱 낙후되어 갔다.

일본은 1868년부터 75년까지 조선에 대해 국교를 요구했으나 조선의 강경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때까지 조선은 청나라의 입김 아래 있었으며 어디까지나 중국풍 유교국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서구식 근대화 모델을 증오했다.

일본이 한반도에 발판을 마련한 것은 丙子修好條約(江華島조약: 1876년)으로 볼 수 있다. 문을 굳게 닫고 있던 조선에 대해 일본은 雲揚號 사건(1875)을 이르켰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그 주요골자는 :

1). 조선은 자주국가로써 일본과 동등권을 보유한다.

2). 조선은 20개월 이내에 부산 이외의 항을 열고, 일본상인의 거주, 무역의 편리를 제공한다.

3). 일본은 조선의 연해, 도서, 암초들을 자유로이 측량하고 도지를 작성한다.

4). 일본은 조선이 지정하는 항구에 영사를 파견하고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상인의 범죄는 일본관원이 심판한다.

이상의 조항들은 공정한 입장에서 체결된 것 처럼 되어 있으나, 그 실 내용은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정치적 優越性을 부정함으로써 일본의 조선침탈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즉 무력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며 식민지로 만드는 주요 계기였다.

이 병자수호조약을 시작으로 고종19년(1882)에는 미국과 통상조약, 1884년에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덴마크 등과 각각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렇게 한반도는 열강들의 식민지 추구의 대상이 되여 가는 묘한 상황으로 발전해 갔다.

국내에서는 壬午軍亂(1882), 甲申政變(1884)에 이어 東學亂(1894)이 발발하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한반도에서 일본군과 청군이 충돌하여 청·일전쟁이 발발하고 청나라의 패배로 수백년 간 청나라가 누려오던 한반도에서의 종주국을 마감하고 물러나게 된다.

이후, 甲午更張으로 내정개혁 시도가 있었으나 이것은 어데까지나 타의에 의한것으로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乙未사변(고종32년, 1895.8.20 민비시해), 娥館播遷(1896.2.8), 대한제국 성립(1897) 등은 일본과 러시아의 한반도에서의 세력 각축이었고 러·일전쟁을 통하여 나라를 빼았기는 기막히고 슬픈 역사를 만들고 말았다.

이 역사소설을 통하여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내면상을 보다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자기나라사랑,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교육·과학·군사 지식의 탁월함과 선진 구미국가와 아시아 각국에 대한 폭넓은 지식도 소설의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일본독자들에게는 일본이 세계최고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 소설을 읽은 이웃나라 독자로써 볼 때 작가는 지나치게 ‘일본제일주의’만을 강조하고, 일본의 침략근성과 약육강식의 처사를 정당화하고 있는 점을 꼬집고 싶다.

이웃나라 침략의 정당성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遼太郞)씨는 순수문학 작가이기 보다는 국수주의 역사소설가 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설 속의 여러 장면에서 러시아, 중국, 조선 등을 묘사하면서 당시 일본이 그렇게 않으면 아니 되였던 시대상황을 장황히 설명하고 정당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극동 침략으로 일본이 위협을 받는다는 설명에서는 :

“1861년 2월 영국은 일본의 쓰시마 섬 주위를 측량하고 있었다.

‘러시아가 이 섬을 영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섬에 포대를 구축해 주겠다. 대포도 제공하겠다.’라고 에도의 막부에 제안했다. 그리고 필리레프 라는 군인을 함장으로 한 군함이 2월 3일 쓰시마에 나타나 오사키우라에 닻을 내리고 12일 육전대를 상륙시켜 초소의 야소코 라는 젊은 일본인을 사살하고 두명을 포로로 삼았다. 또 초소에 놓여있던 무기, 물품 일체를 약탈하고 소 일곱마리외 금품을 빼았아 군함으로 돌아갔다. 이런 강도식 침략 방법이 러시아 방식이다” 라고 쓰고 있다. 또 “청·일전쟁이 끝나고 1895년 4월 17일 강화조약에서 러시아는 ‘랴오둥 반도를 중국에 돌려주라’라고 주장했지만 2년 뒤에는 랴오둥반도를 자신들이 점령하고 요새화 했으며 만주에 진출했으니 일본으로써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힘주어 주장하고 있다.

또 청나라에 대해서는

“청국은 조선을 오랜 기간에 걸쳐 속국시 해 왔다. 게다가 북방의 러시아는 조선에 대해 야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일본자국의 안전 이라는 입장에서 조선의 중립을 지키고,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선에서 청·일의 세력균형을 꾀하려했다. 그러나 청국은 오만했으며, 어디까지나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고집하려고 했기 때문에 일본은 무력에 의해 그것을 훌륭히 배제해 버렸다.” 라고 애써 강조했다.

또 당시 이씨조선에 대해서는

“이씨왕조는 이미 500년간이나 이어져 내려왔고, 그 질서는 노화 될 대로 노화되어, 이씨조선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스스로의 운명을 헤쳐나갈 만한 능력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았다” 라고 적고 있다.

삼국시대 이래 우리나라 남해안 지방에 얼마나 많은 왜구가 출몰해서 양민을 살상하고 납치와 약탈을 했는가? 심지어 한수지역까지 무장첩자를 출몰시켜 납치·약탈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나? 임진왜란 7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웃인 한반도를 안중에도 없이 미개국으로 묘사하며, 식민지화하여 자원과 생산물을 수탈하고, 특히 우리의 젊은이들을 저들의 침략전쟁의 방패로 삼아 희생시키므로 우리에게 백년 恨을 품게 하였다. 작가는 이웃나라의 불안이 일본안위를 위태롭게 한다는 구실을 누누이 피력했지만 이는 작가의 편의에 의한 주장에 불과하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우리근대사를 一筆揮之하여 작가 시바 료타로의 논거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역사작가는 없는것인가?

그는 철저한 ‘국수주의 작가’ 라고 평하고 싶다.

이 소설의 시기는 막부가 끝나고 소위 메이지유신으로 새로운 일본이 탄생하는 배경에서 쓰여졌는데, 일본은 천황으로부터 온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국력을 키우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메이지초기의 일본만큼 작은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산업이라고는 농업밖에 없었다. 이 작은, 세계의 시골구석 같은 나라가 처음으로 유럽문명과 피투성이의 싸움을 벌린 것이 러·일전쟁이다. 일본인들은 있는 한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행운을 붙들어 움직이고 외교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거기까지 나아갔다.”라고…

실제 지상전이나 해전을 지속적으로 참관했던 유럽과 미국 등 각국 무관들이 일본군의 전략수립.전개와 전투수행의 탁월함을 극찬했을 정도로 전쟁을 훌륭히 해 낸 점은 가상한 일이다.

이러한 전개과정을 읽어 내려가는 일본인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흥분과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겠는가? 그렇지만 러·일전쟁승리가 결국은 군국주의와 극우로 지향하는 계기가 되어 1937년의 중·일전쟁도발, 1941년 진주만기습공격으로까지 그 침략근성을 더욱 노골화 한 것은 아닌지…

우리내부에 일본의 메이지이싱(明治維新) 동정론은 없었는가?

이 소설 말고도 일본근대화를 소재로 한 책에서는 하나같이 메이지이싱(明治維新)을 미화하고 찬양한 글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 지식층에도 이러한 미화와 찬양에 은근히 동조하는 부류는 없을가. 심지어 1972년에 당시 집권자가 앞장서서 유신헌법(維新憲法)을 만들어 기존의 헌법을 유린한 역사적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부끄러운 기억이다.

유신이란 용어는 : 維新(국어사전에서는) <온갖 사물이 변개(變改)하여 새로워 짐 restoration> 라는 뜻인데, 하필이면 메이지이싱(明治維新)을 본따서 維新革命 → 維新憲法의 순을 밟았으니 지금 생각 해 봐도 아주 웃기는 일이다.

맺음말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 게이오대학 총장은

“150년전과 오늘날은 ‘페러다임의 전환기’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당시 儒佛仙이 뒤얽힌 일본전통문화가 구미식 민주주의와 부딪쳤다면 지금은 글로벌리즘까지 가세해 세가지가 부딪치고 있습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官이 주도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官 주도의 국가로는 글로벌리즘의 조류속에서 침몰하게 됩니다”라 하면서 전환기를 이끌 힘은 民에서 나오며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인재 육성 즉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19세기가 열강의 식민지쟁탈전으로 얼룩지고 이로 인하여 한반도가 희생되어 일본에 고통 당했다면, 21세기의 우리는 對日무역적자의 그늘에서 오랫동안 헤어나기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이에대해 후구가와 유키고(深川由起子) 와세다대학 교수는 국내 모 일간지 칼럼에서 “한국의 승용차가 일본에서 팔리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일본에서는 승용차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는 의식이 이미 먼 옛날에 소멸했다. 자동차에서 이동수단 이상의 부가가치라고 한다면 이제는 재미와 즐거움, 때로는 환경의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 이런 범주에서의 독자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 팔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관민(官民)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창의성을 실현 할 것 인가 이지 대일무역 수지를 균형에 맞춰놓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는 신(新)사고로 돌아서지 않는 한 무역적자논의는 계속 사막을 헤매지 않을까” 라고 충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 에너지자원확보, 식량위기를 비롯한 원자재원 쟁탈 등 세계는 다같이 고민하고 있다. 세계도처에서의 인종간, 종족간, 국가간 충돌, 부국과 빈국간의 격차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페러다임의 전환기에 들어선 지구촌에서 한국은 의무와 역할에 적극적이어야 할 단계에 도달하였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받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등국가·국민으로 상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의식속에 뿌리깊게 도사리고 있는 階層間反目과 士農工商의 잔재를 말끔히 털어버려야 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우리가 태능에서 졸업하고 임관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한 아주 뜻깊은 해이다.

‘언덕위의 구름’처럼 언덕은 넘어야 하는 것인데 넘어도 구름은 잡지 못한다. 늘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우리들 후진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