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목마당

散文

1. 신회와 육조의 만남

‘신회(1)’라는 열세 살 먹은 사미승이 육십이 넘은 육조 혜능대사(2)앞에 꿇어 앉아 질문을 한다.

“스님! 스님께서 참선을 할 적에 봅니까? 안봅니까?”

육조 혜능대사는 당나라 때의 걸출한 선승이고 신회는 절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미승이었다. 육조 혜능대사는 주장자로 신회의 머리를 세 번 때렸다.

“어떠냐?”

하고 대사가 신회에게 물었다.

신회 왈,

“아프기도 하고 안 아프기도 합니다.”

그 대답을 듣고 대사가 말씀하기를

“나도 보기도 하고 안 보기도 한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보는 것은 나의 허물이고, 내가 보지 않는 것은 남의 허물이다. 또 대사가 말씀하기를 네가 아프지 않다고 하니 그러면 너는 목석과 같은 것이고, 만일 아프다고 한다면 중생에 불과하지 않느냐? 하면서 수행도 제대로 되지 않은 놈이 나한테 와서 봅니까? 보지 않습니까? 하고 질문을 한다고 호되게 나무랬다. 그래서 신회는 백배 사죄를 하고 그 후 착실히 수행을 한 결과 확철대오를 하게 되고, 육조혜능 대사의 5대제자 중 한사람으로서 남종선의 선양을 위해 크게 활약한 대선지식이 되신 분이다.

2. 中道란 무엇인가?

신회가 “스님! 참선할 적에 봅니까? 보지 않습니까?” 라고 질문을 할 때 왜 큰스님이 신회의 머리를 주장자로 때렸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3조 승찬스님(3)이 지은 “信心銘”이라는 글을 보면 ‘至道無難唯嫌揀擇但莫憎愛洞然明白毫釐有差天地懸隔欲得現前莫存順逆’이라는 서두로 시작하여 비슷한 문구가 계속 이여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극한 道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함을 꺼릴 뿐이다.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道가 어떠한지는 통연히 명백하리라. 티끌만치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사이만큼 벌어지나니 道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 것이다’라는 뜻이다.

揀擇(간택)이라는 말은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것을 가리는 것이다. 憎愛(증애)라는 말도 사랑한다든가 미워한다든가 하는 이변에 흐름을 의미한다. 順逆(순역)이라는 말도 따름과 거슬림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이야기 한다.

불교의 中道公式(4)을 소개하려고 한다. 불교의 중도 공식은 앞에서 차(遮)하여 부정을 하면 뒤에서는 반드시 조(照)하여 긍정을 한다. 부정은 분명히 긍정을 전제로 하고, 긍정은 부정을 전제로 해서 雙遮雙照하여 遮照同時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면만 강조해서는 중도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有無를 예로 들면 有無를 遮해서 有無를 부정을 하고 나서 또 有無를 照해서 有와 無를 다 포함하는 긍정을 하는 것이다.

道라는 것은 이변을 초월한 개념인데 이변(양변)에 흐르면 道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위의 삼조 승찬대사의 글은 이변에 치우침만 경계하였지(雙遮) 이변을 다 포함하는 쌍조(雙照)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쌍조쌍차하여 차조동시가 되어야 한다. 증애면 증애를 초월한 개념이고 또 증애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음과 양을 이야기 한다면 음과 양을 초월한 태극자리가 道의 자리고 또 음과 양을 포함하는 그 자리가 도의 자리이다. 유무를 이야기 한다면 유와 무를 초월한 자리이고 또 유와 무를 포함하는 그런 개념이다.

우리의 언어를 살펴보면 전부 이변에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간다’, ‘온다’든지, ‘높다’, ‘낮다’든지, ‘사랑한다’, ‘미워한다’든지, ‘멀다’, ‘가깝다’든지 하는 단어들이 전부 이변에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道를 이야기할 때 ‘言語道斷(언어도단)’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는 전부 이변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언어로는 道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왜 언어가 이변에 흐르느냐 하면 우리의 생각이 이변에 흐르기 때문이다. 생각이 이변에 흐르기 때문에 언어가 이변에 흐르는 것이다. 따라서 道를 이야기 할 때 심행처멸(心行處滅)이라고 한다. 즉 우리의 생각으로는 道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道를 이야기 할 때 ‘言語道斷心行處滅’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많이 암송되는 반야심경을 예로 들어 보겠다. 반야심경에 ‘色不異空空不異色色卽是空空卽是色’이라고 되어 있다. 먼저 앞에서 ‘색불이공 공불이색’이라 하여 쌍차하여 부정을 하고 나서 뒤에 ‘색즉시공 공즉시색’하여 쌍조하여 긍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쌍차쌍조해서 차조동시가 되어 중도공식에 부합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성철스님이 종정취임법어를 함에 “山은 山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말씀 하셨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먼저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라고 해서 쌍차로 부정을 하여 수행을 하여 깨치고 나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쌍조해서 대 긍정을 하는 내용인데, 뒷부분만 성철스님이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았다. 中道가 아니면 불교가 아님을 알아야한다.

‘지도무난 유혐간택’에서 지극한 도란 무상대도를 이야기한다. 이 무상대도는 전혀 어려운 것이 없으므로 오직 간택치 말아야 한다. 간택이란 취하고 버리는 것을 말한다.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있으면 지극한 도는 兩邊, 즉 邊見에 떨어져 마침내 중도의 바른 견해를 모른다는 것이다. 世間法은 버리고 佛法을 취해도 불교가 아니며, 마구니를 버리고 불교를 취해도 불교가 아니다. 무엇이든지 취하고 버릴 것 같으면 실제로 무상대도에 규합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불법을 바로 알고 무상대도를 바로 깨치려면 간택하는 마음부터 먼저 버리라는 말이다.

‘단막증애 통연명백’에서 미워하고 사랑하는 두 가지 마음만 없으면 무상대도는 툭 트여 명백하다는 것이다. 부처는 좋아하고 마구니는 미워하며, 불법은 좋아하고 세간법은 미워하는 증애심만 버리면 지극한 도는 분명하고 또 분명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무상대도를 성취하려면 간택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즉 증애심이다. 이 증애심만 버릴 수 있다면 무상대도를 성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육조 혜능대사의 제자인 영가스님이 지은 證道歌(증도가)의 첫머리에 ‘絶學無爲閑道人不除妄想不求眞’이라는 글이 나온다. 절학이란 戒, 定, 慧 삼학의 수행을 다 마쳐 다시 더 배울 것이 없는 경지를 말하며, 無爲란 眞如를 말하니 眞如를 바로 깨친 것을 말한다. 배울 것이 하나도 없고 진여를 깨치게 되면 자연히 한가한 도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참됨도 서지 못하고 망상도 본래 공하여 찾아 볼 수 없는 경지가 됨을 말한다. 참됨과 망상은 상대법이며 양변, 변견이기 때문에 생사의 견해이며 생멸법이다. 참됨과 망상의 양변이 완전히 끊어져야만 이것이 中道이다. 위에서 신회는 이변을 물은 것이라서 큰스님께 주장자로 얻어맞은 것이다.

3. 6祖慧能大師의 득도과정을 通해 본 깨침

깨침은 知識으로는 깨칠 수 없다. 육조 慧能대사의 경우를 들어 깨침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慧能은 서기 638년 당나라 때 출생한 선종 6대조스님이 되신 분이다. 혜능은 본래 글을 모르는 나무꾼이었다. 산에서 나무를 하여 장에 가서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살았다. 혜능이 스물 네 살 되던 해, 그날도 나무를 어느 여관에 팔고 나오다가 한 손이 경을 읽는 것을 듣고 마음이 후련히 열리어 그 손에게 묻기를,

“손님께서 읽는 것이 무슨 경이 옵니까?”

하니 그 손이 대답하기를,

“금강경이라는 불경일세.”

하였다. 다시 묻기를,

“어디서 그런 경을 구하셨습니까?”

하니, 그는 기주 황매현 동선사에서 5조 홍인대사를 뵙고 얻었다고 하면서 그 절에는 5조 스님의 문인이 천 여명이나 된다는 이야기와 5조께서는 긍강경을 잘 읽으면 성불을 하게된다하여 항상 승속 간에 이를 권하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혜능이 이 말을 들은 후, 숙세의 인연이 있었든지 그 손님이 주는 銀 열냥으로 어머님의 옷과 양식을 마련하여 편히 쉬시게 하고, 황매현으로 향한지 30여일 만에 동선사에 이르러 5조 스님을 뵙고 절하니, 5조께서 보시고,

“네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예! 저는 영남 신주에 사는 백성인데, 이렇게 와서 뵙는 것은 부처가 되고저 함이옵고 다른 뜻이 없나이다.”

하고 대답하니, 5조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러면 너는 영남 무지렁이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하셨다. 그래서 혜능이 말하기를,

“사람은 남쪽 사람과 북쪽 사람이 있사오나, 불성은 남북이 없사옵거늘, 무지렁이의 몸은 화상과 같지 않사오나 불성이야 어찌 다르리오까?”

했더니 5조께서 더 말씀하려 하시다가 옆에 여러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시고

“나가서 대중과 함께 일이나 하여라.”

하였다. 그래서 혜능이 다시

“화상께 여쭈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 마음에 항상 지혜를 내어 제 성품을 여의지 않으면 이것이 福田인가 하옵는데, 화상께서는 어떤 일을 하라고 하시나이까?”

하고 여쭈었더니 5조께서,

“허! 이 무지렁이가 제법 똘똘한 체 하는구나. 이젠 잔소리 그만하고 나가서 방아나 찌어라.”

라고 하셨다.

혜능이 후원에 물러 나와서 방아를 찧고 장작을 쪼갠 지 여덟 달이 지났는데, 5조께서 하루는 와서 보시고,

“네 소견이 가히 씀직 하다고 생각하였으나, 혹 나쁜 사람이 너를 해칠런지 몰라서 짐짓 모른 체 하였다. 네가 이 뜻을 아느냐?”

하였다.

“네! 저도 스님의 뜻을 짐작하였기 때문에, 감히 스님 계신 방문 앞에도 가지 않았나이다.”

하고 사렸다.

하루는 5조께서 모든 문인들을 모으고

“다 들으라!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 우리가 나고 죽는 것 보다 더 큰일이 없거늘, 너희들은 다만 福이나 구하려 하였지 생사고해에서 헤어 나오려고 하지 않는구나. 만일 자기 성품을 모르면 옳은 복인들 어찌 구하여 질 것인가? 너희들은 각기 돌아가서 스스로 지혜를 보고 자기 본심의 般若(지혜) 性品을 잡아서 게송을 하나씩 지어오너라. 보아서 만일 대의(大意)를 깨달았으면 衣法(부처님의 가사와 발우)을 전하여서 제 6대조로 삼으리라. 불같이 급히 하여 지체하지 말지니 생각으로 헤아려서는 맞지 않으니라. 見性한 사람이면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될 수 있으리라.”

하셨다. 대중이 이 분부를 듣고 서로 쑥덕거렸다. 한 사람이

“우리는 공부를 옳게 못하였으니 이제 애써서 무얼 하겠느냐? 神秀上座가 우리의 敎授師인데 그 분이 틀림없이 될 것을 우리는 쓸 데 없이 몸 닳을 것이 없다.”

하니 모두들 따라서

“참 그렇다. 어차피 우리들은 앞으로 신수대사에게 의지하게 될 터인데 공연히들 애쓰지 말자.”

하였다. 신수는 여러 대중이 게송을 짓지 않는 이유를 알고 그 마음이 흥분하고 긴장되었다. ‘여러 사람이 저렇게 나를 위하여 게송을 짓지 않고 있는데, 만일 내가 게송을 짓지 못한다면 무슨 꼴이 되며, 또 화상께서도 어떻게 내 속을 아시랴? 내가 게송을 짓는 것이 법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옳거니와 조사가 되려는 야심이라면 옳지 않는 것이다. 만일 그런 야심을 갖는다면 신성한 지위를 빼앗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으니 범부의 마음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 내가 게송을 짓지 않는다면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니 큰일이다.’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졸였다. 신수가 마침내 게송을 지으매 이것을 바치려고 여러 번 당 앞에까지 갔으나 마음이 황홀하여 온 몸에 땀을 흘리고 그냥 돌아서기를 4일 동안에 13번이나 되풀이 하다가 끝내 못 바치고는, 다시 생각하기를 ‘차라리 저 복도에 이것을 써 붙여서 화상께서 지나가다가 보시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보시고 만일 잘 되었다 하시면 그때 나가서 제가 지은 것임을 밝히면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그날 밤 3경에 아무도 모르게 몸소 등불을 들고 남쪽 복도 사이에 가만히 게송을 써놓으니,

“몸이 이 보리수라면(身是菩提樹)

마음은 밝은 거울 틀일세(心如明鏡臺)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딱아서(時時勤拂拭)

먼지 앉고 때끼지 않게 하세(勿使惹塵埃)”

이런 것이었다. 신수가 이렇게 써놓고 가만히 자기 방으로 돌아가니 아는 이가 없었다.

“5조께서 내일 보시고 좋아 하시면 내가 법과 인연이 있는 것이지만, 만일 좋아하지 않으시면 이것은 내 스스로 어리석음이라, 宿世業障이 중한 탓으로 법을 얻지 못하는 것이니 성인의 뜻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신수는 방에 돌아 와서 다시 이런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고 밤새도록 앉았다 누웠다 하여 편치 못 하였다. 5조께서는 신수가 아직 門안에 들어오지 못함을 이미 알고 계셨다. 다음날 아침에 5조께서,

“이 게송대로 닦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큰 이익이 있다.” 하시면서 향을 피워 예배하게 하고 모두 외우라 하시니 문인들이 이것을 외우면서 크게 칭찬들을 하였다.

5조께서 그날 밤 3경에 가만히 신수를 불러서 물으시기를,

“게송은 네가 지은 것이지?”

하시니 신수가 대답하기를

“실은 제가 지었사오나 조사의 지위를 바라지 않나이다. 원컨대 스님께서 자비로 보아 주소서. 제게 조그마한 지혜라도 있나이까?”

하였다.

“네가 지은 이 게송은 本性을 아직 못 본 것이다. 겨우 문 밖에 이르렀고 문안에는 못 들어온 것이니, 이러한 견해로는 無上菩理(6)를 찾아도 알지 못하리라. 무상보리는 모름지기 말이 떨어지자 바로 제 본 마음을 알고 생사가 없는 제 본 성품을 보아야 하나니, 그리하여 언제든지 생각 생각에 스스로 보아 모든 것에 걸림이 없으며 하나가 참 되메 모두가 참되어 모든境界가 如如(5)로워, 如如한 마음이 곧 이 진실한 것이니, 만약 이렇게 되면 곧 이것이 무상보리의 제성품인 것이다. 너는 가서 한 이틀 동안을 더 생각하여 새로 게송을 지어오도록 하라. 보아서 만일 문에 들어 왔으면 네게 依法을 전하리라.”

5조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신수가 절하고 물러나와 다시 몇 일이 지났으되 게송을 짓지 못하고 마음만 점점 꿈속처럼 황홀하고 불안하여 초초할 뿐이었다.

그때 한 동자가 그 게송을 외우면서 방앗간 앞을 지나는데, 혜능이 비록 가르침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이미 大意는 짐작하는 터였으므로, 그 게송을 듣고 見性한 사람의 글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동자에게 묻기를,

“외우는 게 무슨 게송인가?”

하니 동자가 신이 나서

“너 이 무지렁이야! 그것도 모르는가?”

하고 5조께서 문인들을 불러서 분부하신 말씀과 신수상좌가 이 글을 지어서 남쪽복도에 써놓은 것을 5조께서 보시고 칭찬하시며 모두들 외우라고 하셨다는 말을 하였다.

혜능이 듣고 다시 동자에게

“착한 사람아! 내가 여기 와서 8개월간이나 방아만 찧었으니 무엇을 알겠는가? 아직까지 當 앞에 가본 일도 없으니 나를 좀 인도하여 나도 그 게송 앞에 예배를 드리게 해 달라!”

하고 청하였다. 동자가 인도하는 데로 혜능이 게송 앞에 가서 예배하고

“내가 무식하여 글자를 모르니 누가 좀 읽어 주오.”

하니, 그 때 거기 모인 사람중에 강주별가를 지낸 張日用이란 사람이 소리 높여서 읽어 주었다. 혜능이 듣고 나서

“나도 게송을 하나 지어 볼 터이니 별가는 좀 써주오!”

하였더니, 별가는 하도 뜻밖이라 같잖게 여기고,

“너 같은 게 다 게송을 짓겠다니 희한도 하여라!”

하고 조롱하였다. 혜능이 엄숙한 태도로

“무상보리를 배우려거던 처음 들어온 사람을 깔보지 마시라. 아무리 낮고 낮은 사람이라도 높은 지혜가 있을 수 있고, 높고 높은 사람이라도 어리석을 수 있나니,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죄가 됩니다.”

하니, 별가는 이 말에 눌리는 힘을 느끼고

“그렇다. 네 말이 옳다. 내가 써 줄 터이니 게송을 부르라. 네가 만일 법을 얻거든 나부터 제도하여다오.”

라며 붓을 들었다. 혜능이 게송을 부르기를,

“보리에 본디 나무가 없고(菩理本無樹)

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니네(明鏡亦非臺)

본래로 한 물건도 없는 것인데(本來無一物)

어디에 때가 끼고 먼지가 일까?(何處惹塵埃)”

별가가 이렇게 받아서 써 놓으메, 온 대중이 모두 놀라 서로들 웅성거렸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를 일, 저 사람이야 말로 肉身菩薩인것을 우리가 몰라 본 것이 아닌가?”

5조께서 이 소란한 것을 나와 보시고, 나쁜 사람이 해칠까 염려 하시어, 짐짓 신짝으로 문질러 지우면서,

“이것도 견성을 못한 글이다.”

하시니 대중이 다 그렇게 알았다. 다음 날 5조께서 가만히 방앗간에 오셔서 혜능이 허리에 돌을 달고 방아를 밟는 것을 보시고,

“道를 구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하느니라.”

하시고, “쌀이 얼마나 익었느냐?”하고 물으셨다.

“쌀은 익은지 오래 되었으나 키질을 아직 못 하였습니다.”

혜능의 대답에 5조께서 주장자로 방아 혹을 3번 치고 돌아가셨다. 혜능이 그 뜻을 알고 삼경에 조실에 들어가니 5조께서 주변을 가리고 금강경을 설하여 내려가는데, ‘응당 머무른 바 없이 그 마음을 낼지어다(應無所住以生其心)’라는 구절에 이르러 혜능이 크게 깨달아 일체 만법이 제 성품을 떠나지 않음을 알고 드디어 5조에게 말씀 드리기를,

“어찌 제 성품이 청정함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생사가 없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부족함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본래 흔들림 없음을 알았으리까?

어찌 제 성품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까?”

하니, 5조께서 혜능이 본 성품을 깨달은 줄 아시고 이렇게 말씀 하셨다.

“본 마음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법을 배워도 유익할 것이 없느니라. 제 본 마음을 알고 제 본 성품을 보면 곧 이것이 대장부며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며 부처인 것이다.”

이렇게 3경에 법을 받으니 아는 이가 없었다. 돈교(頓敎: 오래 닦지 않고 바로 깨닫게 되는 교)와 의발(衣鉢)을 주시면서

“이제 너는 6조가 되었다. 잘 지키어 나가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앞으로 끊어짐이 없게 하여라. 내 게송을 들으라.

뜻이 있는데서 씨가 내리어(有情來下種)

원인 되는 곳에 과가 도로 나네(因地果還生)

뜻이 없으면 씨도 없나니(無情旣無種)

성품 없으므로 남도 없느니라(無性亦無生)”

이렇게 게송을 설 하시고, 다시 말씀 하시기를

“옛날 달마대사께서 처음으로 이 땅에 오시메, 사람들이 믿지 않으므로 이 의발을 전하여 믿음의 표적으로 삼았던 것이 이렇게 대대로 전해 내려와서 네게 이른 것이다. 그러나 원래 마음으로서 마음에 전하여 모두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니, 예전부터 부처마다 오직 본체를 전하시고 조사(祖師)마다 가만히 本心만 부치셨던 것이다. 그런데 이 의발은 자칫하면 서로 다투는 빌미가 되기 쉬우니 네게서 그치고 다음부터는 전하지 말도록 하여라. 이제 너는 빨리 떠나도록 하여라. 나쁜 사람이 너를 해칠지도 모른다.”

하였다. 혜능이 여쭙기를

“어디로 가면 좋으리까?”

“회(懷)자가 든 고장에서 머물고, 會字가 든 고장에 감추어라.”

하셨다. 혜능이 의발을 가지고 3경에 떠나는데, 5조께서 친히 구강역까지 배웅 나오셔서 배에 오르메 또 손수 노를 저으려 하셨다. 그래서 혜능이

“스님! 노를 제가 저으오리다. 스님께서는 앉으십시오.”

“아니다. 내가 너를 건네어 주리라.”

“아니올시다. 제가 모를 때에는 스님께서 건네어 주시지만, 알고 나서는 제 힘으로 건너옴이 옳은가 하나이다. 건넨다는 말은 하나이나 쓰이는 경우가 다른가 하나이다.”

“그렇다. 앞으로 불법이 너로 말미암아 크게 펴지리라. 나는 3년 후면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너는 부디 잘 가되 되도록 남방으로 향할 것이며, 때가 되기 전에 미리 말하지 말 것이니, 불법을 일으키는 일이 쉽지 않으리라.”하셨다.

그 후 혜능은 조계(曹溪)에 이른 후 나쁜 사람들에게 쫓기어 사회현(四會縣)으로 피난하였다. 그 곳에서 사냥꾼들 틈에 끼어 무려 15년을 숨어 살면서 글공부와 경공부를 하면서 보림을 하여 15년 후에 광주 법성사에서 비로소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육조대사로 크게 불법을 드날리셨다.

혜능은 스물 네 살의 아직 스님도 되지 않은 행자신분이었고, 신수상좌는 천여 명의 대중의 제 2인자로 교수사로 나이도 예순이 넘은 고승이었다. 그런데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세간법의 위계질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이 혜능대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혜능대사는 중국 남화사에 지금 등신불로 모셔져 있다. 필자가 십오륙년 전 방문했을 때 중앙에 6조 혜능대사, 향해서 오른쪽에 감산대사, 왼쪽에 明대의 명진스님, 이렇게 세 분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었다. 구강역도 지금은 도시개발로 도로가 나서 흔적 정도만 남은 처지였다.

혜능은 전생에 많이 닦은 분 같다. 여관에 나무를 팔고 나오다가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확 뚫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보면 그런 것 같다. 8개월간 방아를 찧으면서도 道心을 놓지 않고 일심으로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6조단경을 읽어보면 스님은 보지 않은 경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을 읽었음을 알 수 있다. 글자도 모르는 사람이 사냥꾼 틈에 15년간 숨어 살면서 글공부를 열심히 하였음을 알 수 있다.

5조 홍인 대사가 정식스님도 되지 않은 행자신분의 혜능에게 의발을 전하면서 6조로 삼는 것은 드라마틱한 장면이며, 이 역시 法의 세계와 깨침의 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혜능대사 밑에 법을 받은 이가 43인이나 되고 크게 5명의 큰 제자를 둠을 볼 수 있다. 육조스님의 맞상자는 남악회양선사인데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라는 육조스님의 질문에 8년 동안 수행한 후 답했는데,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답해서 맞상자가 되었다. 남악회양 선사 밑에 마조 도일이라는 걸출한 손자벌 도인이 나와 불법이 크게 융성함을 볼 수 있다. 십오륙 년 전에 마조스님이 주석 하셨던 이 절에 들렸는데, 지금은 중국 불교회 회장이 되셨지만 그 당시에는 부회장이셨던 분이 방장을 하셨는데 온 대중을 이끌고 환송해 주었던 일이 생각난다.

이 혜능대사를 남종선의 효시로 보고 우리나라의 조계종풍이 이계통을 계승하고 있다.

4. 소동파(蘇東坡)의 깨침

중국 宋나라때 소식(蘇軾)(1036~1101)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호가 동파로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서 문장으로 유명하다. 이 사람이 머리가 좋았는지 열여덟 살에 과거에 급제하고 현남자사(군수)로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옥천사라는 절이 있었다. 스무 살에 자사로 나갔으니 목에 힘을 줄대로 주고 콧대가 높을 대로 높아진 소동파가 옥천사의 성호선사라는 유명한 스님을 한번 시험할 작정으로 성호선사를 찾아 갔다. 성호선사라는 분도 좀 괴팍했던 모양이다. 이분은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거기에 자리를 깔고 참선을 하곤 했다.

“스님! 스님! 그 높은 나무에 올라가 계시면 몹시 위험합니다. 속히 내려 오십시오.”

그러자 성호선사가 하는 말이.

“아니야, 내가 위험한 게 아니고 자네가 위험하네.”

소동파가 그 소리를 듣고

“아니 저는 땅 위에 있는데 왜 위험합니까? 스님이 높은 나무에 있으니까 위험하지요.”

그러자 성호선사가 하는 말이

“아니야, 산중에 묻혀 사는 나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것이 없어. 그러나 내가 보니 자네가 위험하네. 자네는 높은 지위에 있으니까 언제 어떻게 모가지가 날아갈지 모르지 않은가?”

그래서 소동파가 일격을 맞고서 생각을 바꾸어서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라고 하니 ‘그러면 내려가야지’라며 성호선사가 내려왔다. 그러자 소동파가 하는 말이

“스님의 성이 저울칭자 칭씨이니 그렇다면 스님의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하고 물었다. 성호스님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꽥’하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이 소리의 무게가 얼마냐?”

하고 도로 물었다. 소동파는 그 순간 입이 딱 막혔다. 이 상황에서 소동파가 아무리 천재라도 그 소리의 무게를 달아볼 수는 없었다. 소동파는 콧대가 꺽인 것이 화가 난 나머지 말을 채찍질하여 달리다가 어느 폭포 근처에서 말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소동파도 말에서 떨어져 나딩굴었다. 순간 폭포의 싹, 싹 하는 물소리에 깨치게 되었다. 깨치고 보니 산하대지가 그대로 부처의 자리이고, 그 폭포 물소리도 부처님의 말씀이었다. 소동파가 견성한 오도성은 다음과 같다.

계곡의 물소리 모두 부님의 말씀이네(溪聲便是長廣舌)

산천초목이 어찌 청정법신 비로자나 부처님 아니겠는가(山色豈非淸淨身)

밤이 되어 팔만사천의 게송을 들으니(夜來八萬四千偈)

그 소식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모두 보여 줄 수 있겠는가(他日如何擧似人)

이 시에서는 산천초목과 우주 사마만상 그대로가 진리이며, 부처님의 진실한 모습이라고 하고 있다. 모든 것이 法身佛이라는 뜻이다.

5. 영가(永嘉)스님의 깨침

어가스님의 휘(諱)는 현각(玄覺)이요, 字는 道明이며, 성은 대(戴)씨이며, 영가현 온주부 영가현 사람이다. 어릴 때 출가하여 안으로 삼장(三臟)을 두루 섭렵하고 밖으로는 외전에도 널리 통달하였다.

영가스님은 본래 천태종 계통으로 천태지관을 많이 익혀서 그 묘를 얻고 항상 禪觀으로 수행하였다. 일찍기 온주의 開元寺에 있으면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내며 효순하기로 소문이 났으며, 누님까지 함께 지내니 두 사람을 보살피고 있다하여 온 寺中과 洞口에서 비방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별세하여 상복을 입고서도 누님을 떠나보내지 못하니 사람들의 비방이 더욱 심하였으나 영가스님은 전혀 그런 데 개의치 않았다.

어느 날 개원사 복도에 玄策이라는 선사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나이는 60여세였다. 이 때 그 누님이 발 밖으로 그 老宿을 보고

“저 노숙을 방으로 청해서 대접했으면 좋겠다.”

라고 하였다. 영가스님이 얼른 나가서 노스님을 청했더니, 노숙은 들어오지 않으려 하다가 스님의 간절한 청에 못이겨 방에 들어왔다. 그 노숙과 법에 대해 여러 가지로 토론해 보니 자신의 見處나 노스님의 견처가 같은 점도 많이 있고 독특한 점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책스님은 영가스님께 물었다.

“그대의 法師는 누구인가?”

“제가 방등록을 읽을때는 각각 스승이 계셨으나, 뒤에 ‘유마경’에서 佛心宗을 깨치고는 아직 증명할 분이 없습니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노스님은 영가스님의 기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또 그 누님에게도 협기(俠氣)가 있음을 느끼고 다음과 같이 권했다.

“부모와 형제에게 효순하는 일도 한 가지 길이지만, 당신은 불법의 이치를 밝히기는 했으나 스승의 인가를 얻지 못하고 있소. 과거의 부처님들도 성인과 성인이 서로 전하시고 부처와 부처가 서로 인가하였습니다. 석가여래께서도 연등불의 수기를 받으셨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천연외도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요. 남방에 큰 스승으로 혜능대사가 계십니다. 그곳으로 가서 발 아래 예배하고 스승으로 섬기시오.”

그러자 영가스님이

“다른 분을 증명법사로 모실 것이 아니라 스님께서 법이 수승하신 듯 하니 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해 허락해 주십시오.”

하자, 현책스님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로서는 그대의 증명법사가 되기는 곤란하오. 지금 조계에서는 육조대사가 계셔서 사방에서 학자가 운집하여 법을 받는 터이니 만약 그대가 가겠다면 함께 가리다.”

그러나 영가스님이 누님 홀로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머뭇거리자 누님이,

“나는 다른 데 의지해서 지낼 수 있으니 나를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도록 하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현책스님과 함께 떠났는데, 그때 영가스님의 나이는 31세였다. 그럭저럭 시흥현 조계산(曹溪山)에 이르니 때마침 육조대사께서 上堂하여 법문을 하고 있었다. 이에 영가스님은 절도하지 않고 선상을 세 번 돌고 나서 육환장을 짚고 앞에 우뚝 서 있자니 육조대사께서 물으셨다.

“대저 사문(沙門)은 삼천위의(三千威儀)와 팔만세행(八萬細行)을 갖추어서 행동이 어긋남이 없어야 하거늘, 대덕은 어디서 왔기에 아만을 부리는가?”

육조스님의 이러한 말씀은 건방지게 와서 인사도 하지 않고 선상만 세 번 돌고 턱 버티고 서 있기만 하니 그것은 아만심이 탱전하기 때문이 아니냐 하는 힐난이었다. 그러니 육조스님이 영가스님 하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한번 法을 걸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영가스님께서,

“나고 죽는 일이 크고, 무상(無常)은 빠릅니다.”

라고 하였다. 이 말씀은 그저 피상적으로 관찰하는 것과는 뜻이 다르므로 그 깊은 뜻을 알아야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육조스님이 말씀하셨다.

“어찌 남(生이) 없음을 체험해 얻어서 빠름이 없는 도리를 요달(了達)하지 못 하는가?”

이렇게 육조스님께서 반문하시니 이것은 ‘네가 지금 무상이 빠르다고 하니 그 무상(無常)의 근본을 바로 체험하여 깨치고, 無生을 요달하면 빠르고 빠르지 않음이 떨어져 버린 究竟을 성취하게 되는데 왜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느냐’하는 말씀이다.

이에 영가스님이 대답하였다.

“본체는 곧 남이 없고 본래 빠름이 없음을 요달하였습니다.”

본체는 원래 남이 없으니 그걸 우리가 체득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대로가 남이 없고 이대로가 빠름이 없는데, 다시 남이 없고 빠름이 없음을 요달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영가스님이 반박하자, 육조스님이

“네 말과 같다, 네 말과 같다.”

고 인가 하시니, 천 여명의 대중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영가스님은 다시 동랑(東廊)으로 가서 육환장을 걸어 놓고 위의를 갖추어 육조스님께 정중히 예배하였다. 위의를 갖춘다는 것은 큰 가사를 입고 향을 피우고 스님에게 예배를 드리는 것을 말한다. 영가스님이 이렇게 예배를 드리고 나서 바로 하직인사를 드리자 육조스님이 말씀하셨다.

“왜 그리 빨리 돌아가려고 하느냐?”

“본래 스스로 움직이지 않거니 어찌 빠름이 있겠습니까?”

“누가 움직이지 않는 줄 아느냐?”

“스님께서 스스로 분별을 냅니다.”

“네가 참으로 남이 없는 도리를 알았구나!”

“남이 없음이 어찌 뜻이 있겠습니까?”

이는 남이 없음이 뜻이 있으면 남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뜻이 없다면 누가 분별하느냐?”

뜻이 있느니 없느니 하고 있는 그것부터가 분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육조스님의 질책이다.

“분별하는 것도 뜻이 아닙니다.”

분별을 하여도 心, 意, 識의 사량으로 분별하는 것이 아니라, 진여대용의 나타남이라는 영가스님의 말씀이다. 그러자 육조스님께서 선상에서 내려 오셔서 영가스님의 등을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장하다. 옳은 말이다. 손에 방패와 창을 들었구나. 하룻밤만 쉬어 가거라.”

그리하여 그때 사람들이 영가스님이 조계산에서 하룻밤만 자고 갔다하여 일숙각(一宿覺)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튿날 영가스님이 육조스님께 하직을 고하니 육조스님은 몸소 대중을 거느리고 영가스님을 전송하였는데, 영가스님이 열 걸음 쯤 걸어가다가 석장을 세 번 내리치고 말했다.

“조계를 한차례 만난 뒤로는 생사와 상관없음을 분명히 알았노라(自從認得曹溪路了知生死不相干).”

선사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그의 소문은 먼저 퍼져서 모두들 그를 不思議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그의 가(歌), 게(偈), 송(頌)은 모두가 그의 누나가 수집한 것이다.

영가스님은 서기 713년 세수39세에 입적하였으며, 그해 육조스님도 돌아가시니 세수76세였다. 영가스님은 육조스님의 5대제자중의 한분으로 “證道歌”라는 책을 지어서 불가에서는 지금도 많이들 읽혀지고 있다.

6. 깨침이란?

참선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부처냐고 묻는다면 아마 자성불(自性佛)을 이야기 할 것이다. 부처님이 깨치고 난 후에 중생을 보니 중생은 부처의 지혜덕상을 다 갖추고 있었다. 다만 번뇌가 끼여서 부처노릇을 못 할 뿐이지 번뇌만 없앨 수 있다면 부처의 지위에 회복될 수 있다 했다. 중생의 번뇌를 점점 벗기면 空의 상태가 되는데 空이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眞空妙有로 되는데 묘유로 존재하는 것이 佛性이다. 참된 空의 자리에는 묘하게 그 무엇이 있다 이것이다. 공의 세계에서는 묘유로 분출되는 그 무엇이 있는데 그것이 佛性이다 이것이다. 불성은 善도 아니고 不善도 아니며 善惡을 초월해서 존재한다. 自性과 法性이 둘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이 불성이다. 불성의 크기는 般若의 크기에 비례한다. 존재가 들어날 때에는 반야지혜의 크기만큼 들어난다. 불성의 내막을 들어다 보면 無常이다. 왜냐하면 상대에 따라 방편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5와트짜리 대상에는 5와트만큼 나타내고, 50와트대상에는 50와트만큼의 방편력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번뇌가 있는 상태에서는 돈오를 기대할 수 없다. 항아리에 얼음과 물을 섞어서 가열을 하면 얼음이 다 녹을 때 까지는 항아리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혜능대사 같은 분은 이미 번뇌가 다 녹아서 돈오가 가능상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고로 꾸준히 지속적인 수행을 하여 시절인연이 도래해야 한 소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자성과 법성이 같다함은 내가 대상과 같이 느껴져야만 되니 꾸준한 수행은 물론 보시하는 마음으로 마음의 경계를 넓혀가야 된다고 본다. 보시는 법시(法施), 재시(財施), 무외시(無畏施) 세 가지가 있다. 법시는 법을 전해주는 것이고, 재시는 재물 보시고, 무외시는 남이 고통이나 공포에서 근심할 때 위로하여 그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수 억만금의 재시보다 단 한마디의 법을 전해줌이 더 큰 공덕을 짓는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이는 깨달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시라는 말이 나왔으니 양무제 이야기 좀 할까 한다. 달마대사가 처음 동쪽나라인 중국에 정법을 전하려고 지금의 중국 남쪽해안에 상륙하였다. 그 땅은 양무제 국토에 속해 있으므로 양무제가 달마대사를 모셔오라고 해서 물었다. 양무제는 불심천자라 해서 절을 많이 짓고 스님에게 많은 공양을 하신 분이다.

“짐이 절을 많이 짓고 스님을 많이 양성하고 공양도 많이 하였는데 그 공덕이 얼마나 되느냐?”

하고 물었다. 달마대사가 말씀하시기를,

“확연 무성.”

이라고 대답했다. 즉 아무런 공덕이 없다 이 말이다. 그래서 양무제가 다시 묻기를,

“ 확연무성이라고 답하는 귀하는 누구입니까?”

하니 달마대사 왈,

“모릅니다.”

라고 답했다.

달마대사는 양무제에게 왜 아무런 공덕도 없다고 말씀했냐면, 절을 짓고 스님들께 공양하는 것이 福짖는 공덕이야 있겠지만 자성의 성품을 닦는 데에는 아무런 공덕도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절을 짓고 공양을 올리는 이런 기복적인 행위가 수행인 것 같이 잘못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 고처주기 위해서 東土인 중국에 온 것이다. 물질적인 보시는 후생에 복은 받을 수 있겠지만 자성을 닦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시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보시함이 무슨 공덕이 되겠는가?

우리가 자성을 깨쳐 空相을 얻으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반야심경에서는 ‘諸法空相不生不滅不垢不淨不增不減’이라고 했다. 공상이 되면 생사가 없고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고 증가하거나 줄지도 않다고 했다. 수행을 하여 공상을 얻으면 생사가 없는 경지에 달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2500여년 전에 그 육신은 하직하였지만 생사 없는 도리를 터득하였으므로 영원히 이 윤회세계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으신다. 나지 않으면 죽음도 없으니 그러하다.

中道가 아니면 道가 아니며 中道를 모르면 佛法은 이해 못한다. 깨달음을 바라지 말고 꾸준히 수행하여 空相을 얻으면 生死를 초월할 수 있고, 보시 바라밀을 수행하여 마음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1) 신회는 본래 북종선의 신수문중에 출가했다가 혜능대사 만년에 혜능대사 문중으로 옮겨온 스님으로 혜능대사의 5대 제자에 들어가며 남종선의 선풍진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다.

(2) 혜능대사는(638~713)는 선종 제6대조 스님이다. 6조단경의 저술이 있으며 중국 남종선의 창시자이며 중국선종발전에 획획한 공을 세운 스님이다. 부처님으로부터 2대 가섭존자, 3대 아난존자, 4대 상나화수, 5대 우가욱타, 이렇게 해서 28대 달마대사까지가 인도의 내력이며, 달마대사가 중국의 초조, 2대 해가, 3대 승찬, 4대 도신, 5대 홍인, 6대 혜능 이렇게 전해 내려온다.

(3) 승찬스님은 선종 제3대째 조사이다. 신신명을 저술하였다.

(4)中道公式, “신신명, 증도가”,해인출판부,pp103,1986

(5)如如: 萬有諸法의 理體는 동일 평등하므로 如라고 했고, 한 如에 一法界萬差의 제법을 갖추어 어느 것이든 體로 말하면 如하다는것, 여러 뜻이 하나 만이 아니므로 如如라한다.

(6) 無上菩理: 보리라는 말의 뜻은 깨달음을 말하며, 무상보리는 최상의 깨달음을 뜻한다.